간지는 꽤 오래되었는데 (7개월도 더 전) 정리용으로 쓰는것이니 긍휼하게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당시에 썼던 글 수정해서 올림.




연남동인만큼 홍대랑 조금 떨어져있지만 홍대입구역에서 갈만한 거리.

건물의 2층에 있는데 다른 가게도 같이 있으므로 입구가 헷갈리기 쉽다.

계단을 올라가자마자 있는 문이 아니니 꼭 오른쪽으로 꺾자.


메뉴는 전부 한국어로 적혀있고 한국식으로 바뀌어 있다. 보르쉬→비트수프 라는 식.

아무래도 이름을 보고 뭔지 알 수 없는 한국인들을 배려해준것인듯.

다만 키릴문자로 원래 이름이 써있기는 함. 러시아어로 읽어서 주문하면 직원들이 꽤나 즐거워해준다.


메뉴판에 MSG를 절대 사용하지 않는 가정식이라고 쓰는데 말 그대로인듯.

MSG를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입 안에 맛이 남아서 입맛이 쓴데 여기건 그렇지 않았다.


키친은 오픈키친.

보통의 러시아 음식점 치고는 메뉴가 많이 간소하다. 요리는 전부 가게에 있는 러시아인들이 해준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후에 포스팅할 곳이 북아시아 느낌이라면 이쪽은 동유럽 느낌이었다. 좀 더 중앙연방관구(모스크바 쪽)에 가까운. 또 가정식이라는 느낌.


가게 분위기나 인테리어도 그렇고 플레이팅도 그렇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쪽과는 많이 다른 느낌. 연남동에 잘 녹아들었다.



제일 유명한 보르쉬. 보르시치라는 이름으로 아는 사람도 많을듯. 메뉴판에는 비트수프라고 써있다.

하얀건 스메따나. 사워크림 같은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맛은 동행인들이 말하길 어ㅋㅋㅋ이거 곰국맛ㅋㅋㅋㅋㅋㅋㅋㅋㅋ엄청 맛있는 곰국ㅋㅋㅋㅋㅋㅋㅋ이라고 했다.

무슨 맛인지 굉장히 이해하기 쉬운 말이라고 생각함.

곰국맛...확실히 비슷함. 엄청 구수하고 깊이있고 감칠맛나는 무랑 야채 넣은 고기국맛.

고기랑 뼈 등을 푹 우린 국물에 비트, 양배추, 감자, 당근등을 넣고 끓인거니 당연하지만. 한국인 입맛에 진짜 엄청 잘 맞는다.

스메따나는 한국인 입맛에 잘 맞을지 모르겠는데 동행인들이랑 나는 전부 넣고 엄청 맛있어서 좋아했다.

근데 특이한게 여기 보르쉬는 콩이 들어있었다...나...콩...싫다......

그렇지만 콩비린내도 전혀 안나고 신기했다. (난 콩 식감이 싫은거지만)



러시아 맥주 발티카. 러시아 발음으로는 발찌까 정도의 발음.

우리가 시켰던건 No.6와 No.3. 보통 한국인 입맛에 맞는건 7번이랑 3번.

6번은 흑맥주고 발찌까중에 혼자 가격이 만원. 흑맥주 특유의 시큼함이 돋보이는데 푸르티한 향이 나서 너무 좋았다.

우선 내가 흑맥을 좋아하기도 하고. 근데 묵직하지 않다. 가벼움! 요리에도 잘어울렸다.

3번은 무난무난한 맛. 걍 라거맛. 특별할거 없음. 7번빼고 추천해달랬더니 역시 3번을 주셨다.

참고로 7번은 소맥맛 비슷한 느낌. 맥주인데 좀 더 부드럽고 살짝 단맛이 느껴질때가 있어서 소맥맛...



돼지고기 감자요리(까르또쉬까 뽀 다마쉬네무)

이건 한국어 메뉴 이름이랑 러시아어 메뉴 이름이랑 비슷함. 러시아어로 까르또쉬까가 감자. 집에서 만든 감자요리 뭐 이런 뜻.

돼지고기랑 토마토, 양파 등등. 위에 얹어진 튀긴 감자 말고도 동그랗고 얇게 썰린 감자가 밑에 같이 또 있다.

무진장 맛있다. 감자도 토마토도 안좋아하는데 너무 맛있어서 놀람.

핫소스를 뿌려먹는것 같은데 내가 싱겁게 먹는 체질이라서 감히 뭐 더 뿌릴 생각 못했다.

보통 한국인 입맛에 맞는 간이거나 좀 간간한 느낌. 동행인들도 간간하다고 핫소스는 써보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무진장 추천하는 메뉴. 술안주로 좋음.



러시아식 소고기 볶음밥(쁠롭)

볶음밥이라고 무시하지 마라! 라는 느낌. 한국식 볶음밥과 요리법도 맛도 풍미도 완전 다름. 진짜 맛있었다.

딱히 향료는 따로 들지 않았는데 풍미가 다른게 너무 신기했다.

동행인 중 하나는 자기는 안맞는것 같다며 못먹었는데 다른 동행인들은 맛있게 잘 먹었음.

근데 못먹은 분은 생양파나 양배추도 못드시는 분이니 참고.

피클은 뭔가 하인즈 피클같은...피클링 스파이스 잔뜩 넣은 미국식 피클맛.

오이 향때문에 오이를 못먹는데 오이향도 안나고 쁠롭이랑 무진장 잘어울리고 좋았다.

찾아보니 카자흐스탄 쪽은 쁠롭에도 핫소스를 뿌려먹는다는듯. 그래서 빈접시 들고가시면서 핫소스 안들고 가셨구나.




다 합해서 51000원 나왔다. 연남동에서 세명이서 술이랑 다 함께 먹은것 치고는 그냥저냥 나온듯.

주문할때 한국어로 안읽고 러시아어로 읽으니까 어? 알아요? 하면서 놀라면서 웃으시더니 요리 받을때 내가 스파시바(감사합니다의 러시아어) 하니까 웃으면서 되게 신기해하셨다. 한국어를 막 잘하시는 편들은 아니라서 서로서로 한국어 못알아듣고 있으면 자기가 알아들은거 러시아어로 서로 설명해주고 그러셨다. 그런걸 보는것도 재미있었음. 요리 무진장 맛있었는데 우리 빼고 한명도 손님을 못봤다. 인기가 많아지면 좋겠는데 확실히 구석진곳에 있어서...그게 좀 아쉬웠다. 대대적으로 트위터에서 홍보 트윗을 돌려봤었는데 지금은 손님이 조금 많아졌을까?


여기선 칵테일도 판다. 칵테일 종류 제법 됐던걸로 기억함. 샤싈릭같은 대표 술안주 요리가 없는게 아쉽지만 돼지고기 감자요리가 술안주로 완전 제격이었음. 아니 그냥 모든 요리가 맛있어서 괜찮음. 밥도둑인 요리는 술이랑도 궁합이 최고다! 이 공식은 어디에서도 성립하니까. 카운터쪽에 벨루가도 올려져 있었다.(돌고래가 아니라 술 이야기) 파는지는 모르겠다. 메뉴판에서 못본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