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타남 스트리트의 한구석. 아직 프랑스 조계(組界) 시절의 잔재가 남아 있는 고풍스러운 서양식 건물. 대외상으로 부겐빌리아 무역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는 러시안 마피아 「호텔 모스크바」의 태국 지부. 1년 내내 여름의 빛을 띄는 태국과는 겨우 입구의 문턱하나로 갈리듯 러시아의 냉랭함을 품고 있는 곳. 검붉은 카펫이 길을 알리는 복도를 걸으며 보리스 중사는 창 밖을 바라본다. 해는 쨍하고, 10월 말임에도 겨울의 옷자락조차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