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란한 듯한 얼굴. 올려다보는 표정. 정욕과도 같은 감정이 온몸을 타고 오른다. 시선은 갈 곳을 잃고 안절부절. 갈팡질팡. 몸을 기울인다. 호흡까지도 느껴질 정도의 가까운 거리. 가는 금빛의 실이 그녀의 어깨에 닿아 휘청인다. 그녀의 몸은 그 방향을 따라 더욱 뒤로 기운다. 팔걸이가 등에 닿아온다.
"이런 것 때문이 아닐까요?"
우왕좌왕하던 시선이 얼음 색의 눈동자와 맞는다. 가볍게 휘는 그 구체의 얼음에 어깨가 떨린다.
"이런 게, 뭐가?"
부드러운 가슴이 닿아온다. 몸의 무게가 더해져 부드럽게 눌러온다. 그만큼 한결 얼굴이 가까워진다. 눈을 꼭 감아버린다. 1, 2, 3. 초침이 똑딱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살짝 눈을 뜨면 눈앞의 사람은 웃음을 한껏 참고 있는 모습. 부끄러움과 뒤섞인 감정에 얼굴을 잔뜩 찡그린다.
"이렇게 사람 곤란하게 만들고 놀리는 거요."
왼팔로 발랄라이카의 오른쪽 어깨를 눌러 밀어내려 애쓴다.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애쓰는 그녀와는 별개로 발랄라이카는 그녀의 손을 잡아 깍지를 끼고 가볍게도 소파에 내리누른다. 그녀에게는 무거웠지만.
"네 표정 변화가 귀여운걸 어쩔 수 없잖니."
가볍게 볼에 키스한다. 누운 채로 다가가면 어디에 키스하든 몸을 긴장시킨다. 이것도 파블로프의 개와 같은 고전적 조건형성일까. 개라. 말 잘 듣는 개는 좋아해. 작은 강아지와도 같은 모습이 상상되어 웃음을 참아낸다.
"봐, 이런 반응도."
그녀는 여전히 얼굴을 찡그린 채이다. 미간에 주름지겠어. 그 뜻을 담아 이마에 키스한다. 감아버린 눈꺼풀 위에도. 작은 콧잔등 위에도. 입술이 닿을 때마다 몸은 긴장하고, 움찔인다. 손에 힘을 빼 턱을 쓰다듬는다.
"왜 긴장했어?"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그녀에게로 파고든다. 턱선을 따라간 손은 가볍게 손가락만으로 바뀌고 그 목선을 타고 가슴께로 내려간다.
"대위님이 항상…,"
"내가 뭐?"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가 귓가 바로 옆에서 속삭인다. 입술이 닿을 것만 같은 거리. 온 신경이 곤두세워진다. 열이 몰린다.
"대위님이 항상 괴롭, 힛니까."
귓바퀴에 키스하자 목소리가 튄다. 어느새 얼굴은 노을빛과 같이 붉게 물든다.
"다른 러시안한테는 괴롭혀진 적 없잖아?"
발랄라이카의 말에 그녀는 팔을 들어 얼굴을 가린다. 옷이 같이 당겨져 가슴이 부각된다.
"있어?"
갑자기 낮아진 목소리에 그녀가 흠칫 몸을 떤다. 그 목소리는 일말의 자애로움도 찾아볼 수 없는 냉혹함 그 자체. 그녀는 빠르게 고개를 젓는다. 만족스러운 듯 발랄라이카의 분위기가 다시 한결 부드러워진다.
"그래."
목소리조차도 달큰해진다.
"너는 괴롭힘당하는 걸 좋아하니까."
그녀의 얼굴을 가린 팔을 잡아 내린다. 발랄라이카의 힘에 그녀는 저항할 수 없다. 언제나 딸려가듯. 시선을 재차 피한다.
"좋아한 적 없어요…."
그 눈동자까지도 붉게 물들 것만 같다. 이런 점이 정말 참을 수 없이 괴롭히고 싶어진다는 걸 모르는 걸까. 부정하고 피하려 애쓰면서도 기대하는 듯한 모습. 싫어하는 표정을 한껏 지으면서도 도를 넘은 반항은 하지 않는. 뜨거운 숨이 깊게 새어 나온다. 폐부 안쪽까지도 뜨거운 열기에 달아오른다.